「으음...」
어쩐지 조용하구만. 그렇게 느낀 것은 비단 자신만의 착각이 아니였다. 배를 깔고 누운 채 한쪽 팔을 소파 밑으로 떨구어 놓고 있던 요코야마는 시트에 박고 있던 얼굴을 들었다. 웃음소리라거나 스탭의 작은 인기척도 들려오지 않는 대기실은 무언가 낯선 기분을 조장해낸다. 설마, 방 바뀐 거야? 자세를 바로 해 앉아 뻑뻑한 눈을 비벼 올려 주위를 둘러보는 시야에 익숙한 느낌의 베이스로부터 마루야마의 스트랩이 들어 온 것은 천만다행이었다. 적어도 대기실을 착각 해 남의 방에서 멋대로 자 버리는 바보짓 따위는 하지 않은 것 같으니까. 그렇게 걱정을 한시름 내려놓고 나니 그제야 갈색 캐비닛 옆으로 이번 회의 에이팅슈트들이 자신의 담당 색깔별로 걸려있는 행거도 보인다.
요코야마... 나 벌써 더위라도 먹어버린 거냐? 그러고보니 캐스터상이 이번 여름 엄청 빠르고 엄청 길다고 그랬던 것도 같고. 절대 에어컨 풀가동이겠구만. 근데... 이 녀석들은 어디로 사라진겨? 하늘로 솟은 게냐, 땅으로 꺼진 게냐. 에!! 잠깐!! 이건 정말 설마, 하는 거지만서도 나만 빼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간 상황은 아니겠지? 우와... 역시 이 녀석들 열받네. 돌아오기만 하면 머리를 한대씩 때려줄 거니까.
「뭐 생각해?」
「응... 때려줄... 웃.. 으와아아아악!?!」
어쩌지 외로운 기분으로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있는데 나지막한 목소리와 함께 등 뒤로 더운 공기가 내려앉는다. 자신도 모르게 대답을 하던 요코야마는 돌연 귓바퀴 안쪽이 축축해지는 기분에 움찔, 소스라치듯 놀라며 손바닥을 들어 예의 귀를 틀어 막고는 고개를 돌렸다.
「요코야마군, 이런 거엔 꽤 민감하네.」
거기엔 금방 머리라도 감고 나온 참인지 상체는 탈의한 채, 바짓단을 동동 걷어올린 반라의 연하의 멤버가 젖은 머리 그대로 생글거리고 있었다.
「너 이자식.. 지금 뭐, 뭐 한 거야?」
「웅후흐, 요코야마군 지금 씹었어.」
그러는 게 당연하잖아! 누구라도 귀 같은 거 핥아지면! 하고 버럭, 소리를 치는 얼굴은 어쩐지 붉게 상기해 있다.
「그치만, 엄청 무방비하게 있었는걸, 요코야마군. 츄-해도 전혀 모를 것 같은 얼굴이었달까.」
「츄... 츄라니! 참말로 너 그, 그런 꼴로 뭐라고 말하고 있는 거야! 청소부상 힘들게 물 뚝뚝 흘리지 말고 저기가서 제대로 말리고 와!」
「...역시 그런가요? 에, 그럼... 요코야마군이 말려주는 걸로 할까나.」
언제나와 같은 연하 멤버의 마이페이스. 이 녀석, 전혀 안 듣고 있냐! 하고 머리를 때려버리자 스물 넷의 아마엔보는 이뗏!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우는 얼굴이다. 역시 바보에 어린애라니까. 경험 상, 이런 때에는 그다지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게 좋지만, 비에 젖은 아기새의 날개마냥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돌아서는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어쩐지 안쓰럽다. 그게 수법인 건 알지만서도.
「...바보 녀석, 참말로 귀찮게 한다니까. 타올하고 드라이어 가지고 이리 와.」
얼굴을 찡그리고서는 한 사람 정도 더 앉을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을 남겨둔 채 소파의 거죽을 팡팡 때렸다. 마치 언제 풀이 죽었었냐는 듯, 뒤돌아 헤실대 보이고는 재빠르게 타올과 드라이어를 가져 와 자신 옆에 다소곳히 두 다리를 모으고 앉는 모습에는 왜인지 웃음이 났다.
「그럼, 부탁합니다. 요코야마군.」
「...바보, 입 다물고 고개 들지 마.」
「웅후흐.」
그러나, 머지 않아 뭘 변태같이 웃는 겨! 하며 또 다시 츳코미. 겨우 조용해진 연하의 멤버 녀석을 확인하고는 한숨과 함께 타올을 집어 들었다. 도중에 마치, 목욕을 마친 펫이 털의 물기를 털어내듯, 그렇게 몇번이나 고개를 움직여 머리를 털어내는 통에, 털지 마!! 하고 몇번이나 머리를 때리며 얼굴을 찡그리던 요코야마는 어느 틈엔가 자신도 모르게 연하의 멤버 주위를 유연히 돌고 있는 샤워코롱 향을 필사적으로 쫓았다. 한손에 드라이어를 쥔 채, 촉촉히 젖은 갈색의 머리카락 사이로 반대쪽의 길고 모양 좋은 손가락을 집어 넣어 따뜻한 바람을 쏘이자 고개를 숙인 채 어깨를 들썩이며 예의 방법으로 웃는 연하의 멤버의 반듯한 가마가 눈에 들어온다.
「웅후흐. 음청 기분 좋아.」
「뭐.... 조금은 그럴 거라고 생각하지만.」
「요코야마군도 음청 좋아.」
「....너 말야, 이렇게 이상한 타이밍에서 그런 부끄러운 말 하지 마.」
「글쎄, 괜찮잖아요. 난 전혀 부끄러운 거라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역시, 말하지 않으면 불안한 것도 있잖아요?」
그러니까, 요코야마군도 확실히 말해줬으면 해요, 하며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쳐오는 가 싶더니 그대로 연상의 연인의 양쪽 손목을 부드럽게 잡아온다. 그 눈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곧게 마주하게 된 요코야마는 문득, 나, 이 녀석한테 자신의 기분을 제대로 전한 적이 있었던가, 하고 생각했다. 그러고보니,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스트레이트로 전해 오는 녀석에 반해, 부끄럼쟁이인 자신은 단 한번도 먼저 스스로를 전한 적이 없다. 그런 것이 상대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라 것을 요코야마는 그전까지는 미처 알지 못했다.
대기실에서 이런 것 좀 많이 해줍니다(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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