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빡. 처음에는 발끝으로 가볍게 툭툭 건드려만 보다가 끝내는 머리 꼭대기까지 복받치는 그것에, 목욕탕 앞까지 와서 큰 대자로 엎어진 녀석의 동그란 갈색뒤통수를 퍽하고 한대 갈겼다.
손가락 끝으로부터 그 무언가가 짠하고 타고 오르는 순간, 아파! 외마디 비명이 터져 나왔다. 젠장맞을. 충분히 잘 먹고 잘 놀아놓고서는 어째서 이러냔 말이야!! 잔뜩 취해 의식이 거의 없으면서도 자꾸만 자꾸만 셔츠의 자락을 신경질적으로 쥐었다 놓았다 하며 덥다고 소리까지 고래고래 내지르는 상대를 향해 낮게 욕을 읊조린다. 열이 오른 손바닥을 한쪽 벽면에 대고 문대다 기어코는 츳,하고 혀를 차며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장신의 정강이 부분을 걷어차자 녀석은 반사적으로 다리에 손을 뻗으며 작게 신음을 흘렸다.
혼자서는 걷는 것도 무리일 정도로 엄청 마신 주제, 어째서 아픈 건 아는 거야. 전혀 의식이 없는 와중에도 생명의 위협이랄까, 정강이가 걷어차이는 아픔을 느끼는 뛰어난 반사신경에 감탄. 이걸 어찌하면 좋으려나 싶어 요코야마는 망연히 상대를 내려다 보며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정원과 1층에는 스탭들이 있다. 자신을 포함한 멤버들의 방은 2층에 있다. 스탭들도, 멤버들도 신경쓰인다. 즐겁게 먹고 놀긴 했지만 다들 녹초 상태. 그들의 휴식을 방해할 생각 따위는 눈곱 만큼도 없다. 그러니 조금 덜 마신 대인배 쪽이 이 한몸 희생할 수 밖에. 그렇게 생각하며 요코야마는 자신의 소매와 바짓단을 접어 올리기 시작했다.
어떻게 어떻게해서 그 큰 녀석을 1층 목욕탕 앞까지 데려다 놓긴 했다. 하필 왜 자신이 이런 수고를 해야하나, 싶기도 했지만 어쿠스틱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놀다가 진이 빠져버린 시부타니와 야스다가 일찌감치 자리를 뜬 후, 너도 나도 각자의 방으로 올라가 버리고 최후에 남은 것이 무라카미와 요코야마, 그리고 녀석, 오쿠라 타다요시였다. 무라카미도 취해있기는 마찬가지여서 누군가가 멈춰주지 않으면 파티는 엉망이 될 게 뻔했다.
그러니까, 얌전히 죽은 듯 엎어져만 있어도 좋았을 걸. 왜 병째로 들고선 설치다가 그걸 죄다 쏟느냔 말이다. 그것도 자신 스스로한테. 그래놓고는 테이블에 올라가려고 하지를 않나. 아직 채 익지도 않은 고기를 집어 올려 그대로 삼키려 들질 않나. 정말이지 술이 확 깨는 기분이였다.
그래서 결국은 그렇게, 씻기고 옷을 갈아 입혀서 방에 재우고 오라는 무라카미의 말에 끄덕해 버린 것이다.
"욧샤."
성질같아서는 찬물을 콸콸 틀어 정신 좀 차리라고 냉수마찰이라도 시킬까보다 싶다. 아니, 이 적나라한 아이돌의 모습을 찍어 웹에 뿌려 버릴까. 그것보다는 차라리 장 당 5천 엔, 하고 팔아 버리는 게 좋을지도. 그렇지만 노래를 하는 녀석이니 잘못해서 감기에라도 걸리면 자신의 입장이 곤란해져 버릴 거다. 게다가, 자신이 무슨 파파라치라도 되는 것도 아니고. 젠장. 속으로 분을 삭이며 목욕탕에 미온수를 받아낸 요코야마는 앞머리를 대충 핀으로 고정시키고는 잔뜩 마시고 목욕탕 앞 마루에 쓰러져 있는 녀석을 다시 한번 빤히 내려다 보았다. 자꾸만 잡아 당기고 늘린 탓에 안 그래도 홀딱 젖어 있는 셔츠의 한 가운데에 주름이 엉망으로 졌다. 그 꼴을 보고 땅이 꺼져라 또 한번 한숨을 내쉬며 요코야마는 아무렇게나 내버려져 있는 녀석의 두 팔을 붙들어 목욕탕으로 질질 끌고 들어섰다.
"..더워, 더워!!"
"고만 닥쳐! 금방 시원하게 해줄테니까."
차디찬 목욕탕 타일 바닥에 쓰러져서도 계속 덥다고 땡깡(이라고 어감상 귀엽게 표현하지만 자신이 보기에는 절대 지랄이다.)을 부리는 녀석에 요코야마는 짜증을 내면서도 샤워기의 온도를 확인했다. 자신의 팔뚝에 한번 물을 뿌려보고는 괜찮다고 느꼈는지 녀석의 몸을 일으켜 세워 목욕통에 등을 기대게 하고는 머리 위에서부터 난사한다. 셔츠라든가 진이라든가, 이미 한바탕 엎지른 술로 젖을 대로 젖어 버린 상태라 다시 한번 젖는다고 해도 상관없을 것 같았다. 탕에 집어 넣기 전에만 벗기면 되려나. 그렇게 생각하며 샴푸를 손에 덜어내어 머리를 감기기 시작하는데, 샴푸거품을 씻어내려는 찰나 눈을 뜬 녀석과 정면으로 눈이 마주쳤다.
"얼레, 일어났네."
"..에, 다레? 어라라라라, 요코야마 군이다!!"
그리고는 덥썩.
"안돼! 나까지 젖잖아!!"
난데없이 자신의 품 속으로 달려들어 얼굴을 부벼대는 거품인간 덕분에 목욕탕 바닥에 풀썩 주저 앉아 버린 요코야마는 그대로 표정을 굳혔다.
술취한 오쿠라를 목욕 시켰다는 요코의 발언으로부터 시작된 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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